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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주제 사라마구의 『눈 뜬 자들의 도시』는 전작 『눈 먼 자들의 도시』가 끝난 4년 후, 시력을 되찾은 도시를 배경으로 합니다. 전작이 기이한 실명이라는 '신체적 재앙'을 통해 인간 본성의 밑바닥을 파헤쳤다면, 이번 작품은 '사회적 재앙'이라 할 수 있는 백지 투표 사태를 통해 권력과 민주주의의 허점을 통렬하게 풍자합니다.

     

     

    소재의 참신함은 여전합니다. 전국적으로 치러진 선거에서, 수도에서만 무려 70%가 넘는 유권자가 투표 용지를 하얗게 비워낸 백지 투표를 던진 것입니다. 이 '백색 혁명'은 전작의 '백색 실명'을 연상시키며, 눈을 떴지만 여전히 정신적으로 '눈먼' 상태인 시민들의 침묵하는 분노와 저항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 여전한 문체의 장벽, 이번에는 '정치적 집중력'을 요구하다

    전작을 읽은 독자들이라면 익숙하게 느낄 테지만, 이 작품 역시 주제 사라마구 특유의 문체가 여전히 강력한 장벽으로 존재합니다.

    • 긴 호흡의 문장과 만연체: 쉼표(,)를 남발하고 마침표(.) 사용을 극도로 아끼며, 대화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은 길고 긴 문장들은 독자를 끊임없이 따라오도록 채찍질합니다.

     

      • 지루함을 유발하는 문법: 전작의 혼란스러운 상황 묘사는 그나마 긴장감을 주었지만, 이 작품에서 정부 관료들이나 경찰들의 길고 비논리적인 대화, 끊임없는 회의 과정을 서술하는 문체는 때때로 독자의 집중력을 잃게 하고 지루함을 안겨줍니다. 누가 누구에게 이야기하는지, 맥락을 파악하기 위해 문장을 두 번 세 번 읽어야 하는 수고로움은 여전합니다.

     

    다만, 이 불편한 문체는 이번 작품에서는 권위적이고 비논리적인 관료주의 사회의 답답함을 그대로 재현하는 장치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독자가 겪는 문체적 불편함은 백지 투표라는 비정상적인 상황 앞에서 당황하고, 불안해하고, 결국 폭력으로 치닫는 정부의 우매함을 지켜보는 듯한 답답함과 중첩됩니다.

    ⚔️ 대중의 침묵과 권력의 폭력적인 대응

    『눈 뜬 자들의 도시』가 제시하는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대중의 침묵하는 저항(백지 투표)과 이에 대한 권력의 폭력적이고 비이성적인 대응입니다. 정부는 이 거대한 백지 투표를 '음모' 혹은 '테러'로 규정하고, 수도를 고립시키고 계엄령까지 선포하며 시민들을 압박합니다.

     

    시민들은 정부의 퇴행적인 조치에 맞서 폭동을 일으키는 대신, 오히려 평화롭고 고요한 일상을 유지합니다. 정부 기능이 마비되고 경찰이 철수해도 도시는 질서를 유지하며 평화가 지속되는 역설적인 상황은, 정부의 존재 이유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이 소설은 전작에서 유일하게 눈이 멀지 않았던 '의사의 아내'를 다시 중심에 세웁니다. 정부는 그녀를 백지 투표를 조직한 '배후 세력'으로 몰아세우고, 경찰 경정과의 심리적 대결을 통해 이야기는 고조됩니다. 이 과정을 통해 작가는 개인의 양심, 도덕성, 그리고 권력에 맞서는 용기의 가치를 깊이 탐구합니다.

    🎯 전작보다 명쾌하지만, 여전히 서늘한 결말

    전작이 실명의 원인이나 결말에 대해 명쾌한 답을 주지 않아 독자에게 아쉬움을 남겼다면, 이 작품은 훨씬 직접적이고 정치적인 결말을 제시합니다. 정부는 결국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잔인한 폭력과 음모를 사용하고, 소설은 전작과는 다르게 희망이 좌절되는 듯한 서늘하고 암울한 엔딩으로 마무리됩니다.

     

    이 결말은 '눈을 떴다고 해서 우리가 진정으로 보는 것은 아니다'라는 사라마구의 메시지를 더욱 강조합니다. 백지 투표라는 가장 민주적인 방식으로 저항했음에도 불구하고, 대중의 침묵하는 각성이 쉽게 폭력에 의해 짓밟힐 수 있는 현실 정치의 냉혹함을 고발합니다. 시원하고 통쾌한 승리를 기대하는 독자에게는 비극적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이 서늘함이야말로 작가가 독자에게 던지는 가장 강력한 경고입니다.

    📚 총평: 고통스러운 성찰을 원하는 독자에게

    『눈 뜬 자들의 도시』는 문체의 장벽을 넘어선 독자에게 현대 민주주의와 권력의 본질에 대해 깊이 성찰할 기회를 제공합니다. 전작의 인간 본성에 대한 탐구가 '수직적'이었다면, 이 작품은 사회와 정치 시스템을 겨냥한 '수평적' 비판을 가합니다. 불편한 문체와 암울한 결말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사는 이 도시가 과연 '눈 뜬' 자들의 도시인지 끊임없이 질문하게 만드는 묵직한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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