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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주제 사라마구의 대표작 중 하나인 『눈 먼 자들의 도시』는 출간된 지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많은 독자에게 충격과 질문을 던지는 작품입니다. 새하얀 실명이라는 기이한 전염병이 도시 전체를 덮치면서 벌어지는 아비규환을 그린 이 소설은 그 참신하고 강렬한 소재 자체만으로도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합니다. 인간 사회의 근원적인 붕괴와 극한 상황 속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본성을 적나라하게 파헤치는 사라마구의 시선은 날카롭고 예리합니다.

     

     

    하지만 이 작품을 처음 접하는 독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벽에 부딪히게 되는데, 그것은 바로 작가의 독특하고 실험적인 문체 때문입니다.

    🤯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사라마구 스타일'

    주제 사라마구의 문체는 독자들 사이에서 극도의 호불호를 불러일으키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이 소설은 쉼표(,)와 마침표(.)만을 사용하고, 일반적인 대화 구분을 위한 따옴표(" ")나 장(챕터) 구분이 거의 생략되어 있습니다. 더욱이 문장 하나의 호흡이 극단적으로 길어지는 만연체를 구사합니다. 대화와 서술, 독백이 줄 바꿈 없이 이어지고, 누가 말하는지, 무엇을 생각하는지 문장 끝까지 읽어야 겨우 파악할 수 있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이 문체는 처음 책을 펼쳤을 때 저의 집중력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요소였습니다. 짧은 문장으로 간단하게 끝낼 수 있는 내용조차 굳이 길고 지루하게 늘여놓아 독자를 숨 막히게 만드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한 문장이 한 페이지를 넘길 듯이 빽빽하게 이어지는 글의 흐름은 마치 끝이 보이지 않는 미로 속을 헤매는 듯한 답답함을 주었습니다.

     

    그러나 문학 평단에서는 이러한 문체를 두고 '눈이 먼 자들의 혼란스럽고 답답한 시야를 독자에게 그대로 체험하게 한다'거나, '사회의 혼란을 문법적 질서의 파괴를 통해 표현한 것'이라는 긍정적인 해석도 나옵니다. 작가 스스로 마침표를 '교통신호등처럼 글의 흐름을 막는 것'이라 여겼다고 하니, 독자의 쉼 없는 몰입을 유도하기 위한 의도적인 장치였을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이 불편한 문체는 소설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작가의 강력한 무기이자, 동시에 독자에게는 넘어야 할 높은 장벽으로 작용합니다.

    💡 참신한 소재, 허무한 결말?

    소재의 참신함은 이 책을 끝까지 붙들고 있게 하는 힘이었습니다. 빛을 잃은 사람들이 격리 수용소에 갇히고, 그 안에서 질서와 도덕이 무너지고, 결국 인간이 원시적인 짐승의 모습으로 퇴행하는 과정은 가히 충격적입니다. 실명이 단지 물리적 현상이 아니라 현대 사회의 도덕적, 윤리적 실명을 은유한다는 점은 이 소설의 백미입니다. '눈을 떴지만 보지 않는' 현대인들에 대한 통렬한 비판인 셈입니다. 극한의 상황에서 피어나는 연대와 사랑(의사의 아내를 중심으로 한 일행의 모습)은 어둠 속 한 줄기 빛처럼 강렬한 메시지를 던집니다.

     

    하지만 결말에 대한 감상은 다소 아쉬움이 남습니다. 전염병처럼 갑작스럽게 시작되었던 실명은 다시 아무런 원인이나 설명 없이 순서대로 회복됩니다. 모든 것이 혼란스럽게 마무리되고, 독자가 기대했을지 모르는 '실명의 원인 규명'이나 '악당에게 가해지는 통쾌한 응징' 같은 명쾌하고 시원한 결말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모든 것이 끝난 후 의사의 아내가 "나는 우리가 눈이 멀었다가 다시 보게 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나는 우리가 처음부터 눈이 멀었고, 지금도 눈이 멀었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하는 대목은 소설의 주제를 관통합니다. 실명의 원인이 중요하기보다는, 실명이 회복된 후에도 여전히 '마음의 눈'은 멀어 있을지 모른다는 씁쓸한 현실을 상기시키는 것입니다.

     

    혹시 시원하고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주는 결말을 기대한다면, 이 소설의 갑작스러운 마무리와 해소되지 않는 의문점에 아쉬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허무함이야말로 작가가 의도한 '인간 사회에 대한 영원한 경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다다르게 됩니다.

    📖 총평: 불편함 속에서 진실을 보라

    『눈 먼 자들의 도시』는 문체의 불편함을 감수하고서라도 읽어야 할 묵직한 메시지를 담은 수작입니다. 주제 사라마구의 실험적인 문체는 독자를 지치게 만들 수 있지만, 역설적으로 그 불편함 자체가 독자에게 소설 속 인물들의 절망적인 상황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합니다.

     

    이 책은 '보는 것'과 '인간답게 사는 것'의 진정한 의미를 묻습니다. 눈이 멀었지만 유일하게 '보는' 의사의 아내를 통해 인간의 존엄성과 이타심의 가치를 강조합니다. 문학적 장벽이 다소 높지만, 우리 사회와 인간의 본성에 대해 깊이 성찰하고 싶은 독자에게 강력하게 추천하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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